Love and Hate
간판수집
2020-2023

My father has been crafting signboards for nearly forty years. In my childhood, I often accompanied him on his sign-making journeys. I would sit in his small white truck, gazing out the window while he measured the length of signs with his old tapeline. As I grew older, I began assisting him by removing letters along the cut lines on the sheets of materials. The signboard has always held a special place in my heart.

Recently, I have realised my unique fascination with signboards, a passion that sets me apart from others. While strolling through the streets, I habitually read the words adorning signboards, a practice that eludes most others. Many people show indifference or even disdain towards these signs, primarily because Korean characters on signs can appear oversized, complex and at times gaudy. Upon noticing this general sentiment, I empathised with their perspective and while also feeling a touch of disappointment.

In 2012, the Korean government initiated a substantial effort to overhaul signboards, allocating massive funds for this purpose. An estimated 4 to 6 billion is spent annually on revamping the signs that line our streets. With rapid urbanisation, the number of signs has surged as new buildings and stores emerge. The proliferation of illegal signboards, to the extent that they have become unmanageable, reflects a societal issue, suggesting a lack of reflection and concern. Outdoor advertising, straddling the line between a store's private possession and public property, is a problem that demands the government's attention.

As the old signs come down and new ones replace them, I ponder who will carry on this tradition when my father, the sign maker, gets old and can no longer create these signboards. Such musings may seem futile; as time passes, new generations step in, and the 'tacky' signs evolve into 'sophisticated' ones.

The ugly and hideous signs my father once crafted will eventually disappear, even the ones considered 'bad.' <Love and Hate> serves as my endeavour to document the ageing signs that still linger today while preserving my cherished memories. The signboard was the sole medium that connected me to my father. As I read the characters inscribed on these signs, I think of him, sometimes fondly recollecting the good old days. The distinct letters etched onto those square Panaplex signages, weathered and worn by the sun, are destined to be forgotten. Perhaps foolishly, I have chosen to immortalise them through photography.



나는 간판집 딸내미다. 아버지는 40년 동안 간판을 만들었다. 아빠가 간판 크기를 재러 다닐 때면 어릴 적의 나는 흰색 포터 조수석에 앉아 창밖을 구경하곤 했다. 조금 더 자라서는 시트지에 새겨진 칼선을 따라 글자 떼어내는 일을 도왔다. 나에게 간판이란 익숙한 것이었다.

글자와 간판에 남다른 관심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최근의 일이다. 나는 거리를 지날 때면 습관적으로 간판을 구경하며 걸었지만, 사람들은 달랐다. 그들은 대개 간판에 무관심하거나 때로는 무척 싫어하는 티를 냈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의 간판은 너무 크고 복잡하며 가끔은 촌스럽기까지 하다. 간판이 미움받는 이유를 들으면 나는 퍽 공감하면서도 어쩐지 섭섭한 마음이 들었다.

우리나라는 2012년부터 큰돈을 들여 간판개선사업에 착수했다. 매년 40~60억원이 거리의 간판을 바꾸는 일에 사용된다. 급격한 도시화로 건물과 가게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간판의 갯수도 매섭게 늘어났다. 유독 우리나라에 불법간판이 손쓸 수 없을 만큼 거리를 장악하고 있다는 사실은 여태 우리 사회에서 이러한 현상에 대한 성찰과 고민이 부재했음을 보여준다. 옥외광고는 점포의 사유재인 동시에 거리에 위치해 공중에 영향을 미치는 공유재의 성격을 가지므로 불법간판은 반드시 정부의 차원에서 해결되어야 할 문제였다.

헌 간판은 내려가고 새 간판이 올라간다. 아빠가 나이 들어 간판을 못 만들면 그때는 누가 새 간판을 만드나 하고 고민하던 날도 있었다. 무용한 걱정이었다. 시간이 흐르면 세대는 교체된다. 간판쟁이는 새로운 인물로 대체되고 촌스러운 간판들은 세련된 것으로 교체될 것이다. 

나의 아버지가 만들었던, 어쩌면 못생기고 무식한 간판들이 이제는 떼어지고 말 것이다. 심지어 '나쁜' 간판들까지도 말이다. <간판수집>은 오늘날 남아 있는 낡은 간판을 기록하려는 시도인 한편 나의 기억을 붙잡아 두려는 작업이다. 간판은 나와 아버지를 이어주는 유일한 매개체였다. 간판을 읽으며 아빠를 생각한다. 아빠와의 좋았던 날들을 떠올린다. 햇빛에 바래 누래지고 뜯어진 네모난 파나플렉스 간판에 새겨진 개성 있는 글자들도 얼마 뒤면 잊혀지고 말 테니, 미련한 나는 그것들을 사진으로 수집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