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eling in Between
사이에 낀 기분
2023-2024
The Feeling in Between explores a transitional period when one questions and doubts the concept of becoming an adult. Through subjects caught in the middle, I sought to unveil the precarious emotions experienced at the border between being a student and a member of society.
My university experience in a rural area was marked by an unstable sense of community. I frequently encountered individuals grappling with depression for a sense of aimless wandering, the burden of age, and the repetitive cycle of noise and silence stemming from fractured relationships. Each person carried their unique sorrow, and the sombre atmosphere easily infected others.
Every society expects people to achieve specific roles at different stages of life. The more competitive the community is, the more frustration people encounter when they fail to live up to high ideals. Korea is also a highly competitive society where people constantly compare with others. In this respect, young Korean people are often devastated due to the gap between expectations and realities.
However, I noticed that this anxiety is transient because it is clear that the ambiguous emotions will gradually become familiar. In some aspects, being an adult entails regarding instability as a form of stability and adeptly navigating loneliness and responsibility. After realising that instability is a mere step in a life cycle, I referred to this wandering as a journey.
Gyeongsan, surrounded by three mountains and full of lush greenery and wildlife, lies adjacent to Daegu, sharing the same living area. Among these areas, Buho-ri is a neighbourhood where the Geumho River flows just a few steps away. Every year, approximately 100 people come here to study photography. We left our familiar nests to find new homes, taking on responsibilities like cooking, laundry, and paying bills. It was a voluntary yet inevitable step that stirred anxiety within us.
My friends and I have wandered somewhere between being students and members of society, pondering who we are. As we adapt to our unfamiliar surroundings, we prepare for our journey at this stopover called Gyeongsan. I initially expected it to conclude upon graduating from the institutional system, but no one could guarantee that. We, however, neither delayed nor hastened the process of becoming adults as we realised it was something we could not avoid.
Feeling in Between 연작은 어른이 된다는 것의 의미를 묻고 의심하는 ‘과도기’에 관한 이야기다. 학생과 사회인의 경계에서 느끼는 위태롭고 불안정한 감정을 사이에 끼어 있는 사물과 대상을 통해 드러내고자 했다.
지방에 내려와 학교에 다니면서 경험한 나의 공동체는 불안정한 모습이었다. 우울증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자주 보았다. 목적지 없는 달리기, 무게가 되는 나이, 깨어진 관계로 반복되는 소음과 적막. 그들은 저마다 다른 이유로 슬퍼했고 가라앉은 공기는 사람들을 쉽게 전염시켰다.
모든 사회는 인생 주기마다 특정한 역할과 과업을 기대한다. 한국은 그 무게가 유독 무거운 모양이다. 키부터 성적까지 모든 것이 서열화되어 속도와 순위가 최고의 가치로 여겨지는 이곳에서 우리가 칭찬받을 만한 일은 ‘그 애’보다 앞서 있다는 사실 뿐이다. 모든 성취의 판단 근거는 타인이 된다. 동시에 우리는 누군가보다 뒤처진 ‘그 애’다. 기뻐할 새도 없이 슬퍼지는 도돌이표 경쟁 사회에서 우리는 사랑받기 위해 경쟁하는 요령을 터득했다. 분투해 얻은 결과는 지독한 비교 의식과 인정 욕구였고 그것은 우리 사회 안에 복잡하게 똬리를 틀고 말았다.
그러나 나는 이 불안감이 일시적이라는 사실에 주목했다. 학생과 사회인 사이에서 느끼는 낯설고 모호한 감정은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질 것이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어른이라는 것은 불안정을 안정으로 간주하고 고독과 부담을 노련하게 대처하는 사람인지도 모르겠다. 긴장을 체화한 나머지 고통에 무감각해지고 표정을 잃는 경지에 이르는 것. 우리의 불안정성은 단지 인생의 짧은 주기에 갇혀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자, 안도한 나는 이 방황을 여행이라 부르기로 했다.
“성인이지만 어른은 아니야.” 이 모호한 선언을 이제는 설명할 수 있다. 사회가 규정하는 나이를 따르자면 ‘성인’이라는 범주에 도달했지만, 본인이 정의하는 ‘어른’에는 자신이 부적합하다는 말. 그러니까 스무 살을 넘겼음에도 여전히 결정과 변화가 두렵고, 사람들의 기대를 충족하지 못할까 봐 불안하다는 의미로 해석하면 적당하겠다.
세 개의 산으로 둘러싸여 풀과 벌레가 무성한 경산은 대구와 인접하여 같은 생활권을 공유한다. 그중 부호리는 몇 발짝 곁에서 금호강이 흐르는 동네다. 매년 100여 명의 사람들이 사진을 공부하기 위해 이곳으로 온다. 그 자발적이고도 어쩔 수 없는 발걸음은 우리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익숙한 둥지를 떠나 새 집을 구한 우리는 이제 스스로 밥을 짓고 빨래를 돌리고 전기세를 낸다. 당연했던 것들이 당연해지지 않는 경험을 하면서 말이다.
나와 나의 친구들은 학생과 사회인 사이 그 어딘가를 배회하며 우리가 누구인지 질문했다. 그리고 낯선 터전에 적응하며 경산이라는 경유지에서 비행을 준비한다. 제도권을 졸업하면 여행이 끝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누구도 장담할 수는 없었다. 우리는 때를 늦추거나 앞당기려 하지 않았다. 어른이 되지 않는 것은 우리가 할 수 없는 일이었다.